
우리는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날, 예상하지 못한 선물
그날 이후로,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냈다.
적어도 겉으로는.
대화가 끝난 뒤의 시간
“잘 자.”
“응.”
짧은 인사.
짧은 대답.
수형은 불을 끄고 돌아누웠고,
재희는 잠들지 못한 채 천장을 바라봤다.
‘괜히 말 꺼낸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금 더 말할 수도 있었고,
조금 더 설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미 타이밍은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도 비슷했다.
“오늘 몇 시에 끝나?”
“아마 열 시쯤.”
“알겠어.”
그게 전부였다.
가게에서의 하루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재희의 레스토랑은 점심 손님으로 북적였다.
“사장님, 오늘 파스타 추천 뭐예요?”
“아, 오늘은 관자 크림 파스타가 좋아요. 관자가 오늘 들어왔거든요.”
“그럼 그걸로 할게요.”
재희는 웃으며 주문을 받아 적었다.
잠시 뒤, 다른 테이블.
“사장님, 혹시 여기… 연인끼리 많이 오나요?”
“네? 아… 네, 커플 손님도 많아요.”
“아, 그럼 다행이다.”
손님은 옆자리를 힐끗 보며 웃었다.
“저희도 이제 3년 차거든요.”
재희의 손이 잠시 멈췄다.
“아, 그러세요?”
“네. 처음엔 뭘 해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손님은 말을 흐렸다.
“요즘은 그냥 익숙해져서요.”
“그래도 같이 오셨잖아요.”
재희가 말했다.
손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같이 나왔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재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기 말이 마음에 닿지 않았다.
계산대 앞.
“사장님은요? 오래 연애하셨어요?”
“네… 비슷해요.”
“그럼 알겠네요.”
손님은 웃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을 때가 제일 애매한 거.”
재희는 웃지 못했다.
수형의 눈치
그날 저녁,
수형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왔다.
재희는 가게에서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응. 일이 빨리 끝나서.”
잠깐의 정적.
“가게는 어땠어?”
“똑같지 뭐.”
재희의 대답은 짧았다.
수형은 그 짧아진 문장을 눈치챘다.
‘그날 얘기 때문인가.’
수형은 생각했다.
그 대화 이후,
재희는 확실히 조용해졌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따지지도 않았다.
그게 더 불편했다.
수형의 선택
수형은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검색했다.
‘연인 사이 권태기’
‘연애 분위기 바꾸는 방법’
글들은 많았지만,
정답처럼 느껴지는 건 없었다.
“하…”
그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며칠 뒤,
아무 기념일도 아닌 날이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응? 왜?”
“그냥… 같이 나가자.”
재희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상하지 못한 선물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수형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잠깐만.”
“왜?”
“여기 들렀다 가자.”
작은 가게였다.
재희는 그곳을 본 적이 없었다.
잠시 후,
수형은 작은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이게 뭐야?”
“음… 그냥.”
“그냥?”
“네가… 요즘 좀 힘들어 보이길래.”
재희는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지금 이걸 왜 주는 거야?”
“기념일은 아니고… 그냥.”
어긋난 대화
집에 돌아와서도,
재희는 쉽게 봉투를 열지 못했다.
“열어봐.”
“이게 뭔데?”
“열어보면 알잖아.”
재희는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었다.
잠시 정적.
“이걸… 왜?”
수형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뭔가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우리를?”
“응.”
“이게 그 방법이야?”
“잘은 모르겠어.”
수형의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그냥… 이러면 좀 괜찮아질 줄 알았어.”
재희는 웃지도, 화내지도 못했다.
“나한테 이걸 주는 이유가 뭐야?”
“그러니까…”
수형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
“네가 멀어진 것 같아서.”
완전하지 않은 온기
그날 밤,
둘은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수형아.”
“응?”
“고마워.”
“괜찮아?”
“응… 아직은.”
정확한 답은 아니었다.
러브앤웰니스의 관점
말로 감정을 설명하는 게 어려운 사람은
행동을 선택한다.
선물은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관심의 신호일 수는 있다.
중요한 건,
이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다.
아직 남은 질문
재희는 생각했다.
‘이걸로 끝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수형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해봤다는 것.
다음 화 예고 (CTA)
4화 – 처음 함께 도전해본 커플템, 변화의 시작
그는 아직 모른다.
이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대화를 열어줄지.
하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